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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마운자로 맞고 살 빠졌는데…오히려 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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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6-06-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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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 수 560보 감소…체중계 숫자 뒤 활동량 경고
운동복 차림의 여성이 체중계 위에 올라서고 있다. 최신 연구 결과 비만 치료제로 체중이 줄어도 활동량이 저절로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근육 손실을 줄이려면 걷기와 근력 운동을 함께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단 살부터 빼고, 운동은 그다음에 해도 되겠지."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 치료제를 맞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체중이 줄면 몸이 가벼워지니 자연히 더 많이 움직이게 될 거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그런데 데이터는 정반대를 가리켰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시작한 사람들의 하루 걸음 수가 약을 쓰기 전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더 움직일 줄 알았는데"…정반대 결과
미국 HSHS 세인트존스병원 사자나 마하르잔 박사 연구팀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26)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올오브어스(All of Us)' 연구 프로그램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의 전자의무기록과 핏빗(Fitbit) 웨어러블 기기 활동 데이터를 연결해 분석할 수 있다. 환자가 직접 기억해 답하는 자기보고 방식보다 신뢰도가 높다.
연구팀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새로 시작한 비만 성인 1950명 가운데 핏빗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된 753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평균 연령 52.7세였고 78.6%가 여성이었다.
이번 발표와 관련, 학회 측은 GLP-1 약물 복용자의 활동량 변화를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로 분석한 첫 대규모 연구라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약물 투여 이전과 이후의 하루 평균 걸음 수,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MVPA) 시간을 비교했다. 분석 대상 중 81.9%가 관절이나 근육에 통증이 있었고, 67.3%는 고혈압, 48.1%는 2형 당뇨를 함께 갖고 있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걸음 수는 약물 투여 전 5047보에서 투여 후 4487보로, 560보 줄었다. 중강도 이상 신체활동 시간도 하루 28분에서 22분으로 감소했다. 분석 대상에는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오젬픽),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 둘라글루타이드,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젭바운드) 등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한 환자들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체중이 줄면 신체활동이 자연히 늘어난다는 기대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연구는 약물 복용과 활동량 감소 사이의 인과관계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활동량이 왜 줄었을까…연구가 답하지 않은 질문
그렇다면 정작 활동량이 왜 줄었는지가 궁금해진다. 감소폭이 가장 컸던 집단은 남성과 관절·근육통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나이나 심부전·뇌졸중 병력 여부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얼마나 줄었는지'는 보여줬지만 '왜 감소했는지'까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다만 단서가 될 만한 사실은 있다.
우선 통증과 피로감이다. 분석 대상 중 81.9%가 이미 관절이나 근육 통증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사람일수록 활동량이 더 크게 줄었다. 통증 자체가 움직임을 가로막았을 가능성이 있다.
식욕뿐 아니라 기력까지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많다는 점도 거론된다. 체중이 줄어드는 동안 평소보다 쉽게 피로감을 느끼면, 운동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아니라 해내야 할 숙제처럼 느껴지기 쉽다.
다만 남성에서 감소폭이 더 컸던 이유는 끝내 설명되지 않았다. 아울러 통증과 피로감 모두 연구가 직접 검증한 원인이 아니라, 사후 수치를 보고 짚어낸 추정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근육까지 같이 빠질 수 있다는 게 문제
이번 연구 결과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GLP-1 계열 약물은 체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지방만 빼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약물은 식욕을 줄여 체중 감량을 돕지만, 체중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지방만 선택적으로 빠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약물 사용과 함께 활동량까지 줄어든다면, 체중계 숫자는 내려가도 정작 지켜야 할 근육은 더 빠르게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근육 손실을 줄이는 핵심 수단은 운동이다. 근력 운동은 체중 감량 중 근육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
마하르잔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들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운동이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비만 치료제 처방과 함께 신체활동을 독려하는 맞춤형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고비·마운자로 처방받았다면, 운동 계획부터 같이 세워야
이번 연구는 결국 약이 다이어트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약물이 식욕을 줄여 체중을 떨어뜨려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약이 운동까지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비만 치료 약을 맞기 시작한 순간부터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메시지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움직여야 할까. 전문가들은 강도보다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흔히 권장되는 기준은 하루 30분, 주 5일이다. 굳이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 빠르게 걷기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고, 한 번에 30분을 하기 어렵다면 10분씩 나눠서 해도 된다. 다만 근육을 유지하려면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에 근력 운동을 더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맞고 있다면, 체중계 숫자가 줄어드는 것만 보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 숫자 뒤에서 근육도 함께 줄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살이 빠진다는 안도감에 머물지 말고, 그 변화를 몸을 더 움직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연구가 전하는 진짜 반전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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